그런데 앉기가 두려운 사람들이 있다. 오히려 서 있거나 걸을 때는 괜찮은데 의자에 앉으면 마치 엉덩이에 뿔이 난 것처럼 배기면서 참을 수 없는 통증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그러면 운전도 두렵다. 어쩔 수 없이 운전을 할 때는 한쪽 엉덩이를 살짝 들 수 밖에 없다. 딱딱한 의자가 있으면 겁부터 난다.
그렇다면 앉을 때 왜 아픈 걸까? 엉덩이와 관련됐을 거란 추측이 가능하다. 엉덩이에 뭔가 있음이 틀림없다. 확인을 위해선 우선 자신이 앉는 자세부터 살펴보자. 혹시 의자에 앉을 때 엉덩이를 앞으로 내밀고 미끄러져 앉는지는 않은지.
아니면 반대로 컴퓨터 모니터에 빨려 들어갈 앞으로 몸을 숙여 앉는 건 아닌지 확인이 필요하다. 어떤 자세로 앉느냐에 따라 의자에 닿는 부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만약 엉덩이를 빼고 미끄러져 뒤로 기대면 엉덩이 뼈에 힘이 실린다. 반대로 앞으로 숙이면 또는 발이 바닥에 닫지 않으면 허벅지로 힘이 실린다.
어디가 아픈지는 손으로 눌러봐도 알 수 있다. 엉덩이를 눌러서 엉덩이가 아픈지, 아니면 엉치뼈에 붙어 있는 근육이 아픈 건지 눌러보면 된다. 병원을 방문했을 때 정확하게 설명해 줄수록 원인 파악과 치료가 수월하다. 급한 경우에는 스스로 마사지를 통해 통증을 줄일 수 있다.
사람이 의자에 앉을 때, 상체의 무게는 엉덩이로 몰린다. 일단 피부가 눌리고, 근육이 눌린 다음에 점액낭을 거쳐 뼈로 몸무게가 전달된다. 엉덩이 뼈, 즉 좌골은 골반 뼈의 일종으로 의자에 앉았을 때 닿는 부분이다. 또 뼈 주위에는 ‘점액낭’(아래쪽 그래프 속 동그라미)이라고 부르는 주머니가 있어 충격을 완화 시키는 쿠션 역할을 한다. 뼈에 직접 압력이 가해지지 않도록 하는 완충제인 셈이다. 문제는 점액낭도 장시간에 걸쳐 지속적인 압박을 받게 되면 고장, 즉 염증이 생긴다.
염증이 급성이라면 닿자 마자 아플 확률이 높다. 만성이라면 범위에 따라 엉덩이 부근에 뻐근한 통증이 느껴지거나 좀 더 진행돼서 다리 아래로 저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많은 이들은 허벅지 밑으로 약간 저린 듯 한 느낌이 들면 ‘허리 디스크?’라며 걱정한다. 그러나 디스크가 아닌 점액낭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좌골 점액낭염’은 디스크 증상과 달리 압박을 줄여주는 두툼한 방석을 깔면 통증도 줄어든다. 엉덩이의 아픈 부분을 직접 손으로 눌러서 아프다면 엉덩이 자체의 문제부터 의심하는 것이 순서다. 특히 장시간 앉아서 일을 하는 사무직이거나, 운전을 많이 한다면 많은 경우 엉덩이 통증의 원인이 ‘좌골 점액낭염’일 가능성이 높다.
치료는 마찰을 줄여 주는 것이 1순위다. 두툼하고 푹신한 방석을 깔고 가능하다면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방법이다. 또 염증이 생긴 만큼, 소염제나 아이스팩을 하거나 직접 점액낭에 주사를 맞으면 된다.
급한 염증을 치료한 다음에는 재발방지를 위한 근육단련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빈약한 엉덩이나 납작 엉덩이처럼 근육층이 얇으면 점액낭과 뼈가 받는 자극이 크다. 엉덩이 근육 단력이 필요한 이유다.
특히 유념해야 할 사실은 엉덩이의 균형이 맞아야 한다는 점이다. 엉덩이가 틀어지면 한 부위가 과도한 압박을 받는다. 압박이 가해진 엉덩이는 잦은 마찰로 인해 병이 쉽게 든다. 평소에 앉아서 엉덩이(골반)의 좌우 균형을 찾는 동작을 실시하면 좋다.
우선 한쪽 무릎을 접어 가슴으로 끌어 당긴다. 무릎은 펴는 방향으로 힘을 주고, 팔은 반대 방향인 당기는 동작을 하면 좀 더 효과적이다. 양쪽을 번갈아 가면서 해야 한다. 누워서도 가능하다.
의자에 앉아 한쪽 허벅지를 손으로 지긋이 지지하면서 몸통을 돌리면 된다. 하면 할수록 익숙해진다. 허리를 조금씩 더 숙여가면서 동작을 하면 좋다. 만약 허리에 통증이 심해지면 쉬어야 한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운동을 늦추지 말고, 앉아 있을 때라도 짬짬이 골반운동을 하면 엉덩이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나효진 재활의학과 전문의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1L2VQZFJ1I